Sur l´eau

홀로서기

Sur l´eau 2012. 4. 25. 00:56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
이번에는>
<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흠, 몇몇 구절들이 영 맘에 안 들어.

근데 이 시를 가지고 내가 하고픈 말이 있어.

 

홀로서기!

이제 大學生이라면,

工夫도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그러고 보니, 칸트가 말했던 啓蒙이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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