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 l´eau

밤기차

Sur l´eau 2012. 4. 7. 12:38

칠흑같은 어둠 속

뒷덜미를 바짝 뒤쫓는 오싹함

모든 것을 연결하는 잠들 줄 모르는 곳으로 간다

 

기다림의 쇳내음

바람을 가르며 거침없이 지나쳐 가는 무자비한 괴물

기습적인 섬뜩함이 가슴을 할퀴고서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지쳐 잠들어 있고

뭔가에 열중해 있고

새로울 것 전혀 없는 말들로 떠들고 있고

어둠 속에 되비친 자신은 애써 보지 않는다

 

빈 가슴 맛보며

괴물의 굉음소리 맡으며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 들으며

삶의 공허함을 눈 감고 바라본다

 

뒤로 걸었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물건

도달한 마지막엔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 걸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무색무취 뒷모습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떠밀리듯 지나가는 물건

도달한 맨 앞엔 기계인형이 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아무 것도 안 적힌 푯말

뛰어 내리면 죽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

행복과 아름다움은 말해선 안 된다

 

체념하고 포기한 물건들에게

자기자리 자기대체 자기확인 도장만 찍혀 있을 뿐

너의자리 너의이름 너를신뢰 마음은 없다

주인없는 정신만 있을 뿐 

 

짓누르는 답답함에 앞으로 뒤로

아무래도 좋은 똑같은 물건

아무리 몸부림쳐도 항상 동일한 자리다

 

물건이 밖으로 내던져졌다

우르르 그리로 몰려든다

 

모든 일은

무자비한 속도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우르르 제자리로 돌아간다

 

뒤로 가는 것은 자위적인 낭만

자기자리를 지키는 것은 자애적인 타협

무력하게 포기하는 것은 자조적인 게으름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여기에서

순행 역행하면서

함께 아름다운 행복 찾아 나서도록 주위를 맴돌아야 할까

 

그것은 당연한 것과

자연스러운 것을 붙잡고 흔드는 것

그것은 자기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삶 속에 동행하는 죽음

죽음 속에 꿈틀거리는 삶

죽음과 삶의 불균형

 

그 쓰라린 딜레마가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을 때

난 너에게 갈 수 있었다

 

2005년 1월 어느 날, K.-S. Kim

http://www.youtube.com/watch?v=fQuksCzcF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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